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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리 시즈카 - 혼다 테쓰야 본문

책 한권의 여유/소설

히토리 시즈카 - 혼다 테쓰야

엘로퀸스 2018. 7. 6. 23:31

히토리 시즈카

 

혼다 테쓰야

 

이번에도 혼다 테쓰야의 작품이다. 혼다 테쓰야의 히토리 시즈카는 각 장마다 화자인 를 설정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1어둠 한 자락에서는 경찰인 기자키. 자신의 담당 구역에서 총격이 일어나 한 건달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반디거미에서는 또 다른 경찰, 3썩은 시체나비에서는 탐정이 화자가 된다. 각 장의 는 사건을 수사, 조사하다가 현직 경찰의 딸인 이토 시즈카에게 다다르게 된다. 1장에서 시즈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후 각각 다른 사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이야기는, 각각의 화자가 보게 되는, 알게 되는 것들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신비로운 느낌이 항상 베이스로 깔려있는 이 소설은 지금까지 포스팅 했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매우 건조하게 서술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히메카와 시리즈의 외전격으로 시즈카라는 경찰이 등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주인공이자 악녀다. 그래서 이런 점이 더 매력적으로 끌렸던 이유인 것 같다. 시즈카는 사람을 죽이는 잔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벌레같은 인간은 죽어도 된다는 모순되고 극단적인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 또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살인조차 서슴치 않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도 엿보인다. 그녀는 굉장히 계획적이고 교묘하며 광적이다. 앞서 말한 1장에서는 지극히도 평범한 경찰 소설의 분위기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사건도 순차적으로 진행이 되어 용의자를 체포하기 까지 이른다. 1장까지는 전형적인 경찰 미스터리 소설의 수순이다. 이후 3장까지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기 이르지만 항상 어둠속에서 정체모를 누군가 언뜻언뜻 얼굴을 비치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마지막으로 치닫을 때까지 시즈카는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건하나가 해결되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퍼즐조각이 맞춰져 가는 느낌이다. 처음볼때는 느끼지 못했던 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되고 점점 실체가 형상화 되어간다. 그녀는 항상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녀가 매번 그곳에 있다하여도 그 누구하나 그녀의 모습을 담아내 보려 하지 않는다. 이 무서운 소녀의 이야기는 4장에서 그녀의 어릴적 시절의 이야기로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어찌보면 희생자였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고 돌봐주지 않았다. 홀로 남은 그녀는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또 다른 폭력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장에서는 세월이 흘러 각기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들이 다시 이제는 서른이 넘은 시즈카에게 다다른다. 하지만 시즈카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영원히 떠나버리게 되고

결국 형사들은 자신들이 17년동안 조사한 일에 대한 허탈감을 느끼고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 또한 수 많은 궁금증을 남기는 작품이다. 기존의 혼다 테쓰야의 스타일과는 달라서 혼란스러운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풍부한 상황과 감정묘사를 주를 이뤘던 기존 작품과는 달리 세부묘사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 상상력을 꽤나 요구한다. 또한 변칙적인 부분이 많아서 시즈카가 너무나도 난해 할 것이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어둠속에 숨어있는 시즈카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접해볼만한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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