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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 히가시노 게이고 본문

책 한권의 여유/소설

도키오 - 히가시노 게이고

엘로퀸스 2018. 6. 13. 00:45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오늘은 초반부터 꾸준히 포스팅을 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가져왔다. 제목은 도키오.

언젠간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의 주력인 미스터리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미스터리적 요소가 아예 빠지진 않았기에 시공간을 초월한 부자간의 사랑을 다룬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도키오가 바로 주인공이다. ‘도키오라는 이름을 가진 한 청년이 불치병인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은 뇌신경이 서서히 죽어가는 유전적 병이라고 한다. 도키오의 어미니 집안은 이미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이라는 병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하고 결혼을 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일이 뜻대로 되지 않듯이 덜컥 임신을 하게 되었고 아이를 지울 생각을 하는 레이코를 설득시켜 겨우겨우 도키오를 낳게 한다. 죽음의 끝자락에 있던 도키오를 보며 레이코는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을까 두렵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건네고 남편인 다쿠미는 레이코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있었던 자신을 도키오라고 부르던 한 소년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말이다. 시점은 과거로 가고 소싯적 다쿠미는 23세의 백수건달이었다. 제대로 된 학력도 없고 취업을 하는 곳마다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직장이 없다고 불평하고 세상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비관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결코 한탕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크게 한번 일을 벌여서 부자가 되려는 환상을 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래도 그런 그의 곁에는 애정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연인 치즈루가 있었다. 새로운 구한 직장을 다시 그만두고 공원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소년 도키오가 나타난다. 소년은 그의 친척쯤 되는 사람이라며, 다쿠미의 모든 것을 아는 듯한 말과 행동으로 그를 자극한다. 역시나 다쿠미는 어린 소년이지만 도키오를 경계하고 화를 내면서도 함부로 쫓아내지는 못한다. 이 소년의 눈빛에서 진지함이 느껴졌고, 잠시 동안 같이 있으면서 알 수 없는 동질감에 선뜻 행동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두 남자는 알 수 없는 동거를 시작한다. 돈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다쿠미는 결코 성실하게 일하려 하지 않는다. ‘도키오가 잔소리를 늘어놔도 요지부동이었으며 치즈루가 부탁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동안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치즈루는 결국 다쿠미를 떠나고 그 시점부터 이상한 일이 하나 둘씩 벌어진다.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다쿠미의 집을 찾아와서 치즈루의 행방을 물으며 협박했고 처음 보는 사람이 협상을 제안한다. 당황스러움과 걱정, 분노로 초조해진 다쿠미는 도키오와 함께 치즈루를 찾아 나선다.

작품은 미래에서 온 아들이라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호기심을 갖다보면, 자연스레 독자의 시선을 기이한 사건으로 인도한다. 독자가 사건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중간에 부자관계의 변화를 부각시킨다. 이야기의 두개 축인 사건의 긴장감, 그리고 인간관계의 갈등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그동안의 게이고의 작품처럼 읽기 편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입력은 변함없었다. 조금 독특한 점은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점일 것이다. 각 캐릭터들 마다 각기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모두가 호감가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도키오와의 만남으로 다쿠미는 과거의 상처가 점점 아물게 되고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정말 와닿는 글귀다. ‘내일만이 미래가 아닙니다. 태어나게 해주어서 감사해요. 미래를 살아주세요.’ 뭔가 읽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지는 느낌이다. 누군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또 지금 내가 숨쉬는 지금 이순감도 참 감사한 일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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