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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을 처음 접한건 내가 막 21살에 접어 들었을 때였다.
그 당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하루키 열풍이 불었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 예약까지 해서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앞서 기사단장 죽이기 리뷰를 남겼었는데 무라카미의 대부분의 책은 모든 문장을 저자의 의도를 떠나 내 주관적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1Q84라는 책을 평론가들의 리뷰처럼 객관적인 해석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이 글을 정리하고 편집해서 내가 다시 읽어도 이게 어느 관찰자 시점으로 쓴 리뷰인지 혼자 경험한것을 바탕으로 줄줄이 늘어놓은 건지 적잖이 혼란스럽다.
사실, 하루키소설에는 또 다른 세세한 스토리를 종합하고 있어 단순히 이 방대한 스케일의 줄거리를 한 번에 전개하며 풀어쓰기가 쉽지 않다.
독자마다 의미를 다르게 해석 해야 되는 함축적인 소재들도 많아서 한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스토리 해석조차 내 머릿속에다 천천히 차곡차곡 담아야만 했다.
하루키는 1Q84를통해 독자들에게 주인공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가능성과 많은 수수께끼를 남기고 그들에게 맡겼다.
이책의 메인 테마부터 아오마메와 덴고가 살던 세상 속에 두개의 달이 있는 또 다른 세계.
이 책은 시작부터 아오마메와 덴고의 장, 그들의 생활이 번갈아 가면서 전개되는데, 누구나 전개 형식을 보면 전혀 다른 공간 속에 다른 인생을 사는 두 남녀가 결국은 만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그걸 알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일단 주인공의 첫 분위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1Q84년 이라는 세계에서 아오마메가 고속도로 다리를 빠져 나온 다음엔 어디로 갈지 또 그 속에서는 앞으로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매우 감각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이 밀도 있게, 자주 설명된다는 점에서. 그 인물에게 중독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아오마메의 첫 등장에서부터 자주 거론되는 평소 옷차림이라던가 그녀가 암살하려는 교단의 리더의 보디가드 두 명을 아오마메의 눈으로 관찰한 특징 등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는데,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하루키만의 방법으로 몰입되게끔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실제 경험을 단편 시놉시스를 영화로 재연한, 나에겐 그런 책이었다.
나는 마치 아오마메가 된 듯했다. 아오마메가 택시에서 분명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를 상기시킬 때, 천둥과 빗소리가 머금은 컴컴한 여름하늘 아래, 후카에리 아버지를 살해하고 택시 뒷좌석에서 껌을 씹으면서 진정할 때, 수도 고속도로 비상계단에서 바람이 휘몰아칠때 하이힐을 신고 위태하게 내려갈 때, 그곳에서 초록색 선글라스를 끼고 권총으로 자살시도를 할때 어쩌면 모든책 속에서 아오마메의 감정과 그녀가 처한 상황, 분위기가 마치 내가 느끼는 것처럼 실감이 잘됐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아마 이 1Q84가 주는 흡입력에 아오마메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모든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도 신포니에타를 들으며, 앞으로 생길 일들을 즐겼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덴고에 비해 확실히 아오마메에 몰입이 되었다. 덴고 보다 그녀의 판단에 사건에 변수가 생기고 그녀의 감정에 드라마가 좌우되며 그녀의 주된 행동에 덴고의 흐름도 바뀌었던 것 같았다.
아오마메, 덴고와 후카에리가 등장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일본 특유의 고독한 현대인의 정서가 잘 와 닿았다.
내 개인적인 상황과 맞아떨어졌을지는 몰라도 덴고와 아오마메가 만나기 전 오랫동안 그들의 혼자만의 인생을 따로 지켜보면서 어떤 면에서는 안타까웠다. 살인청부업자가 되기 전의 아오마메의 인생도,덴고도 저렇게 까지 고독해야만 될까 하다가도
인류 모두가 그들처럼 고독을 견뎌내며 살아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오마메를 떠올리면, 누구와도 단절된 아주 작은 공간에서 달랑 요가매트에 신포니에타의 난해한 멜로디로 둘러싸여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스트래칭을 하고 그녀의 짝사랑 어린 시절 덴고를 회상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누구보다 검소하게 침묵에서 침묵으로 생을 마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주구장창 아오마메 홀로만 움직인것은 아니었다. 그녀와 닮은 면이 많은 다마루와 노부인이 아오마메와 덴고가 놀이터에서 함께 나란히 달을 보기 전 까지 함께했다. 아오마메 곁에서 보호하는 그들이 행동 속에서 사업을 넘어서서 왠지 모르게속에서 불끈 애가 타고 갸륵한 동지애가 조화를 이루었다.
세 명 다 아주 강하고 집요하며 똑똑하고 언제나 미련이 없는 캐릭터다. 노부인과 아오마메가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 앞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은 절제라는게 얼마나 그녀들 정신 깊숙이 배어있는지 알 수 있다.
다마루와 아오마메가 대화를 자주 주고받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얘기할 땐 항상 정확하게 단어를 선택하며 그들이 세운 계획에 관련 없는 말은 일절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고양이와 생쥐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할 때마저도. 그래서 더욱 그들만의 냉소적인 카리스마가 두드러진다.
이 책 중간중간에 노래제목과 어느 소설의 부분이 많이 인용되는데 그 중에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1Q84의 BGM같은 역할을 한다.
1Q84에 삽입된 여러 음악이나 다른 책들이 이 책에 아주 큰 영향을 줬다.
내가 소설 1Q84에서 뽑은 최대의 클라이맥스 두 개 중 하나인, 바로 아오마메의 암살계획이 마침내 그녀 앞에 실현될 때쯤 어둠속에 파란요가매트 위에앉은 덩치 큰 오십 대 맹인 사내와 예상보다 많이 지체된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 종교단체‘선구’의 리더와 아오마메의 만남은 이 책의 구조상 주인공이 지금까지 종교단체의 정체의 가장 영향을 미친 큰 반전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흔히 사람들이 나쁘게 생각했었던 인물의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반전을 봤을 때 뒤통수를 때렸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 책에서 분위기의 흐름상 두 명의 보디가드에게 감시 당하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조용히 긴 대화 끝에 리더가 스스로 밝힌 비밀 종교단체의 역할과, 그의 철학을 알아내는 게 그들의 대화에 더파고들게 됐다는 표현이 낫겠다.
그들이 대화가 진전될수록, 아오마메가 집단 성폭행범이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그녀의 어린시절, 덴고에 대해서 전부 알고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져 그 동안 계획했던 암살의 허탈함과 소중한 친구 아유미의 목숨을 의미없이 앗아간거에 대한 분노, 덴고와의 관계에 대한 기대 속에서 갈등한다.
아오마메가 암살하려는 종교단체 리더가, 칼 구스타프 융의 저서부분 중에 ‘그림자는 우리 인간이 전향적인 존재인 것과 똑 같은 만큼 비뚤어진 존재이다. 우리가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림자쪽에서는 어둡고 비뚤어지고 파괴적으로 되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해진다. 인간이 스스로의 용량을 뛰어넘어 완전해지고자 할 때, 그림자는 지옥에 내려가 악마가 된다.’ 를인용하며 자연계 의 원리, 선과 악의 비율이 저절로 균형을 잡는 자연의 원칙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 말을 내가 처음 받아들였을 때, 아오마메가 속으로는 덴고 만을 20년 이상 짝사랑해오면서 아무도 깊이 좋아해보진 않았지만 틈틈이 스트레스 없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생전 처음 본 남자와 문란한 생활을 한 것을 떠올렸다. 그것도 연관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사실 저 문장은 더 깊은의미가 담겨있다. 선구의 리더는 칼 융의 말에 비유를 들어 한 집단의 힘이 커질수록 대항하는 힘도 저절로 강해진다며 그 균형을 유지하기위해 자신을 죽여달라 말했다.
그들은 우주의 법칙과 진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리틀피플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도 존재하는 힘이 있다고 믿게 됐다. 어떤이가 만물의 진리를 설명하듯, 그의 설명은 치밀했다. '절대선과 절대 악이라는 건 없고, 그 균형을 유지하는 힘 이 선이다'
두 개의 달, 공기번데기 속에서 실제로 나온 리틀피플, 평행세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와 같은 비현실적인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같으면서도 그들이 나선 행로가 매우 사실적으로 밀도 있게 전해졌다.
또 한 캐릭터들이 주고받은 말, 그들의 옷차림, 식생활,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 주관까지도 섬세하게 와 닿았다.
1Q84가 지속적인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서스펜스 속의 남녀간의 사랑, 1Q84세계의 신비성, 고양이 마을 이야기같은 몽환적인 에피소드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풀어지지 않은 수수께들이 많이 남아있다. 기상천외한 공기번데기 에서 나온 리틀피플의최후는? 아오마메의 은신처에 몇번씩이나 문을 두들기던 NHK 수금원은덴고의 아버지를 둔갑한 귀신인걸까?
후카에리 아버지는 어떻게 덴고와 아오마메의 어린 시절부터 모든걸 꿰뚫었을까, 후카에리는 어디로 갔을까 아무도 모른다.
사실1q84를 처음 접했을 때의 이 신비함을 남겨두고 싶다.1Q84 세계 속의 사건에 대해 분석을 더 할수록 로맨스적인 여운이 사라질것만 같다고 이 책에서도 말한다.
그 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또한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건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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