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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소설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엘로퀸스 2018. 2. 6. 12:02

달의 영휴

 

사토 쇼고

 

이번엔 근래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을 한편 소개하겠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달의 영휴'다. 2017년 11월30일에 발매가 됬으니 최신작이라 할 수도 있겠다.
작가는 '신상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적 있는 사토 쇼고다. 그의 이번 작품 '달의 영휴'는 157회 나오키 수상작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달이 차고 기우는 '영휴'로 은유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수수께끼와 같은 만남 속의 의문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구조를 취했고 시간별 5개장에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사실 '영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굉장히 낯선 단어다. '영휴'란 차고 기운다는 뜻이라 한다. 고로 '달의 영휴'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책을 한번 다 읽고 나면 맨 뒷장에 옮긴이의 말이 있다. 거기에 '두 번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 말에 상당히 동의 했다.
한번 읽고 나서는 처음 인물들의 관계가 헷갈리고 맨 뒤에 등장하는 반전에 놀라게 된다. 고로 한번 더 다시 읽게 된다면 모든 인물들의 관계와 행동, 말투가 다시 보이게 될것이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이 많지는 않다. 오사나이 쓰요시. 한적한 도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60대 초반의 남자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홀로 도시락을 먹고, 남은 시간은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그에겐 15년 전 아내와 딸을 한꺼번에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다.
미도리자카 유이. 고등학교 졸업 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오사나이의 딸 '루리'의 친구이자, 지금은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 배우로 미모가 출중한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미도리자카 루리. 미도리자카 유이의 일곱 살 딸이자 자신이 오사나이의 딸 '루리'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다. 오사나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버릇없이 굴더라도 오사나이가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실들을 알려준다.
미스미 아키히코. 젊은 시절 부터 부족함 없이 승승장구해 온 50대 초반의 남자로 건설 회사의 중견 간부다. 반듯하고 평탄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 20대 초반 1년 공백기는 30년후 오사나이, 미도리자카 모녀와의 만남으로 채워진다.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도 처음 읽을 때는 상당히 헷갈린다. '루리'의 환생이 한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맨 처음 '루리'와 연관된 인물들과 1차환생한 루리, 2차환생한 루리가 연관된 인물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환생을 두번이다 하는데다 인물들의 나이가 한눈에 보기 힘들어 두번 정도 보면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사실 줄거리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두번읽어야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적당히 요약하자면 오래 전에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혼자 살고 있는 오사나이 쓰요시가 예전 딸의 친구이기도 한 여인과 그녀의 딸을 카페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 된다. 딸의 치눅라지만 장례식때 말고는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었던 이 여인이 갑자기 연락을 해 와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아주 어린 딸이 쓰요시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이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말이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은 쓰요시에게 더욱 충격적인 일이었다. 죽은 딸의 친구인 엄마 딸이 바로 자신이 죽은 딸이 환생한 존재라는 것. 이름도 딸의 이름과 같은 '루리'라고. 그러나 쓰요시에겐 마냥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었다.
과거에 자신에게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한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지금은 죽고 없는 자신의 아내가 했던 이야기와 같은 내용인 것이다. 루리가 심한 고열을 앓고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부터였다. 어느 날 아내가 쓰요시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루리가 다른 존재가 환생 한 것 같다고. 단 한번도 들려주지 않은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또 어떤 남자를 찾아가야 한다 말하고 있다고.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쓰요시는 그런 아내의 말을 묵살해 버린다. 초등학생인 루리가 기억 속의 남자를 만나겠다며 가출까지 했지만 그냥 덮으려고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자신의 무시와 방관이 어쩌면 커다란 잘못이고 사실 딸과 아내의 죽음 역시 자신에게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 하는 계기를 만난것이다. 때문에 쓰요시는 딸이 환생 했다는 그 '루리'또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미 실체가 된 '루리'에게는 아무런 소용없는 저항인것이다. 오직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현실이 보잘것없는 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만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닥쳐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것. 중요한점은 두번의 환생이 있었고 그 환생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재회가 이루어 진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 작품 '달의 영휴'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읽을수 있을거 같다. 나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있는 환생을 거듭해서라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려는 절절하고 애들픈 사랑이야기로. 또는 쓰요시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다. 먼저 첫 시작이 쓰요시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주된 인물이기 때문인데 관점만 바꿔 읽으면 쓰요시가 충분히 주인공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마지막 장면 때문인데 루리는 쓰요시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말해준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미 쓰요시 주변에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쓰요시는 변하지 않는 자신의 눈으로 절대 볼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보이게 된다. '환생'에 대해 마음을 열어 자신을 변화 시켰기 때문이다.
소설은 변하지 않으면 아주 가까이에 와 있는 희망조차 볼 수 없다고 선명하게 알리고 있다. '달의 영휴' 달이 차고 기운다. 이 말은 곧 영휴하는 달처럼 사람의 삶과 죽음도 연속되어 변화한다는 걸 나타낸것이다. '환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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